2020 이파리 GOTY

2020 이파리 GOTY
Photo by Valve / YouTube

올해부터 나의 GOTY를 선정해보기로 했다. 주변에 매년 GOTY를 선정하여 글을 작성하시는 분이 계셔서 영감을 받게 되었다. 나도 나의 블로그에 나만의 작은 어워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2020년은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숫자라는 생각이 든 이유도 있었다.

후보작 선정기준

  • 시점 상 기간 내에 출시된 게임을 후보로 한다. 온라인 게임은 대규모 업데이트도 하나의 출시일로 인정한다. 온라인 게임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전혀 다른 게임으로 변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출시 기간은 전년도 3개월까지 인정한다. 2020년의 GOTY는 2019년 9월 ~ 2020년 12월 사이에 출시된 게임이 후보. 사이버펑크2077은 12월 10일 출시되었으므로, 2021년 이파리 GOTY의 후보작이 될 수 있다. 출시 시점이 연말의 끝자락이거나, 그보다는 빠르지만 내가 바빠서 못한 게임을 포함시키기 위함이다.

Half-Life:Alyx(선정작)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게임 경험.
  • PC
  • Valve Software
  • 2020.03.23

오큘러스 퀘스트2로 플레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까지는 VR의 가치는 기존의 게임들 형태가 아닌 소셜이나 액티비티 측면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알릭스 만큼 VR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게임이 없어서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기를 장전하는 것 부터 실제감있어서 좋다. 보통의 FPS 게임에서는 R 키만 누르면 캐릭터가 알아서 척척 장전한다. 하지만 알릭스에서는 버튼을 눌러 탄창을 빼내고, 제스처를 통해 가방에서 꺼내어 끼우고 슬라이드를 뒤로 당긴 후에야 쏠 수 있다. 총 3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지는 이 장전이, 급박한 전투 중에는 엄청나게 헷갈리는데 이게 쫄깃한 몰입감을 한층 더해준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척척 해내게 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사격도 가늠자로 조준하며 쏘는 것도 실제감있는 경험. 조준 업그레이드를 하면 레이저로 맞는 지점을 보여주는데 편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재미는 떨어진다. 그래서 2회차에는 일부러 업그레이드 안하고 플레이 할 정도. 현실의 내가 게임 상 자동차 뒤에 쪼그려 엄폐하면서 쏘는 것도 실제감 넘치는 경험이었다.

레벨 역시 VR의 공간감을 잘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다. 한번씩 스케일감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요소가 등장하여 웅장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발을 헛디디면 떨어질 것 같은 공간에서 플레이하게 되기도 한다. 현실의 내가 떨어질 리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한껏 긴장하게 된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적과 전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던 경험.

이 게임의 백미는 제프와 술래잡기(?) 하는 챕터. 앞을 보지 못하고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제프라는 적을 상대로 맵을 탐색하며 진행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탐색하는 중에 실수로 병을 깨뜨려 소리를 내면 어둠속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엄청나게 공포스럽다. 다른 병을 빠르게 찾아서 다른 곳으로 던져 주의를 끌어야하는데, 급박하게 하다가 벽에 박은 적도 있을 만큼 쫄깃하다.

탐색 중에 문을 열거나 장치를 가동시킬 때 하게 되는 미니게임에서도 공간감을 잘 느낄 수 있다. 벽면을 더듬어 회로를 찾아 돌리거나, 입체 공간에서 선을 연결하거나, 구체를 돌리며 플레이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하프라이프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못해서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었다. 기본 플롯이 아버지를 구하러 간다는 것으로 시작하기도 하고, 비주얼로 세계관이 충분히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장비 업그레이드에 사용하는 자원인 레진을 구하는 것. 이 자원은 문자 그대로 게임의 온갖 곳에 숨겨져있다. 게임 초반에는 상호작용 가능한 사물을 마구 휘저으며 찾아내는 재미가 있지만, 그 재미는 금방 사라지고 나중에는 번거로움만 남게 되었다.

총평하면 VR 게임의 비전을 보여준 게임. 기존의 VR 게임들이 VR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플레이를 경험하게 해주는 정도에 그쳤다면, 알릭스는 거기에 레벨디자인, 아트, 내러티브, UX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하여 최상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이 게임을 레퍼런스로 만들어질 미래의 VR 게임들이 기대된다.

Rise of Kingdoms (경쟁작)

손바닥 위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전쟁
  • 모바일
  • Lilith Games
  • 2019.09.03 (한국)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하정우 광고를 보고 시작한 이래 400일 정도 하루도 빠짐없이 접속했다. 서버 주축 연합에 속한 연맹이었고, KvK(서버 간 전쟁) 전적은 1차 1위, 2차 2위, 3차는 승리진영 2위로 게임을 마쳤다.

게임은 자원을 생산하고 채집하여 테크를 올리고, 병력을 생산하고 사령관을 성장시키며 전쟁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게임의 템포는 느리고 개개인이 하는 조작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플레이로 월드의 거대한 서사에 참여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재미이다.

서버 오픈 초기에는 서버 내에서 연맹들이 영토 확장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 이 시기에는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성장과 외교를 통해 세력을 넓혀나가는 재미가 있다. 과금력에 기반한 성장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 하지만 전술과 외교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묘미가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게임 시스템들이 잘 갖추어져있다. 1) 한번에 운용할 수 있는 부대 수에 제한이 있고, 2) 집결 시스템을 통해 소과금 유저의 병사가 고과금 유저의 전투력으로 활약할 수 있고, 3) 본진에 들어와야 경상 병력이 회복되는 특성 때문에 협공으로 인해 전선이 길어지면 불리하고, 4) 사령관 조합이나 점사 콜 등 전술적 요소에 의해 같은 전투력이라도 일방적인 격차가 날 수 있는 전투 시스템

서버 내에서의 패권 다툼이 끝나면 이제 게임은 서버 간 전쟁 단계로 넘어간다. 이를 게임 내 용어로는 KvK (Kingdom vs Kingdom) 라고 한다. KvK는 더 상위의 목표를 달성하는 재미를 주면서 일상적인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KvK에서는 8개 서버가 전용 맵에서 처음부터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게임 처음 시작할 때 전쟁을 통하여 영토를 넓혀가는 재미, 그리고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전투에 참여하는 재미가 있다. KvK 를 앞두면 서버 내부에서는 서로 협력 관계로 돌아서게 된다. 따라서 이 때부터는 언제 공격당할지 몰라 긴장하는 상태를 벗어나게 되어 부담이 덜해진다.

거시적으로는 더 큰 규모에서의 전술과 외교가 벌어진다. 각 서버들은 보상 조건을 걸고 동맹 관계를 맺으며 협력한다. 한편으로는 한편으로는 서버 혹은 연맹들을 이간질시키거나, 상대측의 공격 개시 시점과 같은 기밀을 빼오는 등의 플레이도 벌어진다. 그 결과 벌어지는 전쟁을 관전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 자신의 부대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카메라를 이동시켜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구경할 수 있다.

KvK의 룰은 다양한 성향의 플레이어를 포용한다. 기본 규칙은 포인트제로, KvK가 끝나는 시점에 획득한 포인트에 따라 서버와 연맹의 순위가 매겨진다. 전쟁으로 거점을 점령하여 포인트를 시간에 따라 획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야만인(NPC)을 처치하거나 자원을 채집하는 등 비전투적인 요소도 있어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같은 팀이던 두 서버가 적대 관계로 돌아서서 내전을 벌이는 모습

총평하면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1) 완성도 높은 게임 비주얼 2) 전략성과 함께 다양한 유형의 플레이어를 아우르는 게임 시스템 3) 대규모 전투에서 오는 재미 4) 그런 대규모 전투가 원활히 작동하는 기술력 등 모든 부분에서 훌륭한 게임이었다.